
BIM 실무자의 Revit 애드인 개발기
2026년 7월 26일
AX는 거창한 시스템 도입에서 시작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옆자리 동료가 만든 버튼 하나, 거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1. 10년간의 반복 작업의 무게

한 BIM 전문 회사에서는 국내 대형 건설사의 BIM 업무를 수행하며 수 십 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발주처의 BIM 가이드에 맞춰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해야 하기에, 요구되는 품질 기준은 언제나 높습니다.
그런데 높은 품질의 BIM 데이터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디테일에서 나옵니다. 벽체 상단을 보 하면에 맞추고, 부재마다 ID를 입력하고, 물량을 집계해 일람표로 내보내는 일. 하나하나는 몇 분짜리 작업이지만, 매일 반복되고 전 직원이 수행합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애드인(Add-in) 개발은 직원들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2.아무도 건너지 못했던 다리
필수라는 걸 모두 알면서도, 애드인 개발은 늘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두 언어의 단절에 있었습니다.

개발자는 코드를 알지만, 업무의 맥락을 모릅니다. "벽체 상단은 보·슬래브 하면에 맞아야 한다"는 규칙이 왜 중요한지, 어떤 예외가 있는지 설명받아야만 합니다.
실무자는 맥락을 알지만, 개발이 생소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아도, 그것을 코드로 옮기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협업을 해도 요구사항이 오가는 사이 디테일이 증발했고, 개발 사이클은 길 어졌습니다. 다리가 필요한 건 알았지만, 아무도 놓지 못했습니다.
3.입사 5년 차 매니저, AI로 업무에 다리를 잇다.
최근 매니저급의 5년 차 직원이 이 다리를 놓았습니다. 도구는 Claude였습니다. 실무 규칙을 아는 사람이 AI에게 맥락을 설명하고,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Revit 애드인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사람과 개발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같아졌다는 점입니다. 설명하고 기다리던 개발 사이클이 '점심시간에 만들어 오후에 쓰는' 사이클로 바뀌었습니다.
만들어진 애드인은 팀을 넘어 사내 공유 보드에 올라갔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바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사람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입니다.
4.14개 애드인 4유형 분석
공유된 애드인들을 뜯어보면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됩니다.

유형 | 대표 애드인 | 하는 일 | 바뀐 것 |
① 모델 정합 자동화 | Wall Top Extend / Wall Top Fit, 보 결합 해제, Zone별 부재분할 | 벽체 상단을 보·슬래브 하면에 자동 연장·맞춤, 보 끝단 자동 조인 일괄 해제, 경계선 기준 부재 일괄 분할 | 수백 개 부재를 하나씩 클릭하던 정리 작업이 버튼 하나로 |
② 물량 산출 자동화 | 철골 보·기둥-톤, 철골계단-톤, RC 계단 체적 | 부재 체적을 자동 계산하고 톤수로 환산 | 수작업 집계와 옮겨 적기 과정의 오류 제거 |
③ 데이터 표준화 | 발주처 매개변수 일괄 입력, Element ID 자동 입력, 일람표 CSV 일괄 내보내기 |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데이터 필드 | 품질 기준 준수를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도구가 보장 |
④ 작업 환경 개선 | Filter Manager, View Copy, CAD Layer Change, 주차라인 자동 배치 | 필터 일괄 관리, 프로젝트 간 뷰 복제, 레이어 색상 변경, 주차라인 자동 배치 | 사소하지만 매일 하는 일의 소요 시간 단축 |
이 도구들의 공통 특성은 세 가지입니다.
큰 기능이 아니라 '자주 하는 일'을 노렸다. 각각은 몇 분을 아끼는 도구지만, 매일 × 전 직원으로 곱하면 프로젝트 단위의 시간이 됩니다.
업무 맥락 자체가 스펙이다. "벽체 상단은 보 하면에 맞아야 한다"는 실무 규칙을 아는 사람만 만들 수 있는 도구입니다. 외주로는 나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발주처 품질 기준의 도구화. 가이드 문서를 읽고 지키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면 지켜지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5.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작은 AX'
이 이야기에서 AI가 한 일은 사람의 일을 대신한 것이 아닙니다.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이 한 일도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공유할 보드를 열어주고, 만든 사람에게 감사비로 응답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공유의 공간과 인정의 신호 가 한 사람의 실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바꿨습니다.
AX는 전사 시스템 도입 발표가 아니라, 이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AI가 아닙니다. 5년 동안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무엇이 왜 필요한지를 몸으로 알게 된 사람입니다. AI는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코드로 옮겨 주었을 뿐입니다.도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 도구에 무엇을 시킬지는, 그 일을 해 본 사람만 압니다.